설득 게임(Persuasive Games)의 사례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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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올린 글, "설득 게임 (Persuasive Games)"에 이어서 설득 게임의 사례와 특징을 알아보자.

다음 그림은 설득 게임의 전형적인 예로써, 미국으로 수입되는 농산물들을 검역하는 검역 절차를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미국의 각 항구를 통해 수입되는 농산물을 하나하나 검역해야 한다. 만약 검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문제 있는 식품이 국내로 반입이 되면 그림처럼 화면 가운데 느낌표가 뜬다. 이 때 재빨리 느낌표를 클릭해서 다시 문제된 상품을 검역하면 느낌표가 사라진다. 이러한 검역 절차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느낌표가 3개 중첩되게 되면 게임은 끝난다.

게임 초반엔 난이도가 매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되는 상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검역관의 수는 그대로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도저히 게임이 제대로 진행이 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 "food import folly" from persuasivegames.com>



다른 예로 제3세계의 가난한 농민이 되어 농사를 짓는 게임이 있다. 플레이어는 초기에 주어진 겨우 몇십 달러의 돈으로 씨앗을 사서 심지만 수확을 해서 얻는 수익은 겨우 본전보다 조금 클 뿐이다. 그마저도 어느 해 흉년이 들거나 홍수가 나면 농사가 완전히 망해서 본전도 못 찾게 되어 버린다. 제3세계의 농민이 이러한 난관을 모두 헤쳐나와 부자가 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http://www.3rdworldfarmer.com/)

이러한 설득 게임은 대개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

  • 현실의 상황을 그대로 게임 내에서 재현하였다.
  • 해피 엔딩이 아니다
  • 게임의 난이도가 매우 '현실적'이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뜻)


즉, 이 게임들은 역설적이게도 너무 현실적이어서 난이도가 높다. 그래서 게임을 계속 하다 보면 플레이어들은 힘겨울 수 밖에 없는 제3세계 농민들의 삶이라거나 문제가 많음에도 정부가 FTA를 마구 밀어붙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게임들의 게임적인 재미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현재 나온 게임들만 가지고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게임의 내러티브가 다소 무겁다고(serious) 해도, 게임 본연의 루돌로지적 측면에서 충분히 재미 있는 게임 인터페이스와 게임 플레이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음악을 감상할 때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팝이나 댄스 음악보다 지루하게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리듬 액션 게임에서 배경 음악이 지루하다고 그만큼 게임 플레이가 재미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배경 음악이 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노트의 배열이나 난이도 조절 등이 재미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설득 게임도 상당히 재미 있게 만들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게임의 폐해가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게임들이 사회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생각해 보면 분명히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분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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