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원하면 다 해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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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제목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발췌문을 인용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어쩌면 큰 관계 없는 내용인데 내 머리 속에서 크게 부풀리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어쨌든 다음 발췌문은 Michael R. Solomon이 쓴 " Consumer Behavior: In Fashion"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일본 문화는 깨끗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당에 들어가기 전에 손, 입을 씻고, 집에서는 신발을 벗는다. 축의금을 줄 때 종종 돈을 다림질해서 준다.
이러한 가치는 1996년 식중독이 유행했을 때 급격히 증가해, 살균된 자전거 손잡이, 노래방 마이크, 거즈 마스크 등의 제품 수요가 증가했고, 다양한 종류의 제품에 걸쳐 살균된 제품이 성행했다.
산와은행은 현금인출기에서 문자 그대로 '돈을 세탁'하였고, 미쯔비시은행은 항균 화학약품으로 처리된 현금인출기를 사용하는 '항균 지점'을 열었다. 은행 측에 의하면 이런 지점은 특히 '중년 남성에 의해서 다루어진 것을 만지기 싫어하는' 젊은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 있다고 하였다


이 글은 원래 각 문화권마다 다른 소비자의 성향에 대한 사례를 들기 위해 쓰여진 부분인데, 여기서는 일본의 다소 극단적인 청결 추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실 청결함을 추구하는 것이야 당연한 내용이고 또한 사용자가 원하면 그에 부합하는 UX를 제공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성향이 밑줄 친 부분까지 도달하면 과연 '모든 일이 잘 되어가고 있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약간 오버해서 얘기하면 밑줄 친 부분은 인종차별주의적인 요소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년 남성을 흑인, 아시아인 이런 식으로 인종으로 대입해서 읽어보면 엄청난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디자인 분야에서의 User-Centered라는 키워드, 그리고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Customer-Centered라는 키워드가 강조되기 시작되면서 무차별적인 사용자 요구사항 들어주기 현상이 비일비재해지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팝 문화의 전반적인 기조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조가 이왕이면 더 사용자가 쓰기 편한 제품, 더 사용자 입장을 고려하는 서비스 등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를 이끌어내고 더 크게 볼 때는 경제활동의 외부효과의 부정적인 면인 외부불경제를 부추기게 되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위의 예만 봐도 (이성적인 수준에서 판단할 때) 필요 이상의 청결 관리 비용이 사용되는 것은 은행 관리 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고 이는 필연적으로 은행의 본연의 목적인 저축과 대출 등의 영역에서의 손해를 야기할 것이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데, '사용자는 외부효과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 내고 제품과 용역을 사는 사용자로서는 당연히 자신의 만족과 이익만을 생각하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까지 심각하게 고려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구매하는 행동이나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더 비싸게 주고 구입하는 소비자 행동은 매우 훌륭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용자가 일일이 이런 고려를 해서 구매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으니, 기업이 자신의 사회적 의무를 다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고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결론: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사용자 VOC를 검토할 때 단순히 많이 팔릴 것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선택한 제품 요소 하나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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