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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6.16 당연하지 게임과 신성한 재판은 같은 기원에서 유래한다?

「호모 루덴스」by 요한 호이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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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는 굉장한 진지함을 필요로 할만한 가치가 없지만 그래도 진지할 필요는 있다. 행복은 또 다른 문제이다. ...... 나는 인간은 진지한 것에 대해서는 진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까지 진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만이 최고의 진지함을 가지고 대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다. 그러나 인간은 신의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며, 바로 이 점이 인간의 가장 좋은 부분이다. 그래서 모든 남녀는 이에 따라 가장 고상하게 놀이하는 삶을 살며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 그렇다면 무엇이 삶의 올바른 방법인가? 삶은 놀이로서 살아야 한다. 어떤 게임을 하면서, 봉헌식을 행하면서, 춤추고 노래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면 인간은 신을 기쁘게 하고 적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으며 또 시합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 이렇게 해서 인간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점으로 미루어 인간들은 꼭두각시 - 그러나 진실을 조금은 간직한 꼭두각시 - 이기 때문이다.
-Platon, "Legas", VII, 803 CD



「호모 루덴스」는 호이징하가 65세 되던 1938년에 간행된 책이다. 한 학자로서 평생을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다양한 배경 지식이 끊임 없이 흘러나온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은 Homo Sapiens나 Homo Faber라기보다는 오히려 homo Ludens라고 하였다. 그리고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며, 문화의 기원을 살펴보면 문명이란 애초에 '놀이된 것'이라고 한다. 즉, 호이징하에 따르면 '문화는 놀이 그 자체'인 것이다.

이에 대해 호이징하는 "문명은 아기가 자궁에서 떨어져 나오듯 놀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문명은 놀이 속에서 놀이로서 생겨나며 놀이를 떠나는 법이 전혀 없다." 그리고, "놀이 정신이 없을 때 문명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정리하였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현대에 가까워 올수록 문화가 놀이의 성격을 잃고 있음을 개탄한다. 예를 들어 현대사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놀이 문화라 할 수 있는 스포츠를 보면, 고대 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은 온데간데 없고 프로페셔널 선수들에 의해 고도로 산업화, 전문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그것이 진정한 놀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 사회의 인간들이 원시시대의 인간들보다 오히려 여러 방면에서 (노동 시간, 1인당 주거공간,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의 면에서)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업도 돈도 없는 원시시대에는 해고 당할 걱정, 돈벌이 걱정 등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자연이 전부 내 삶의 터전이니 땅 값, 집 값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우리 나라에서는 집을 사기 위해서 십수년간 힘든 노동을 계속해야 되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듯한 얘기이다. (물론 자연이 주는 위협의 크기는 현대 사회와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사자와 같은 맹수들도 배를 채우고 나면 놀이(?)를 즐기며 사는데(!), 현대인의 여가 시간이 사자의 그것과 비교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더 좋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산업화, 분업화가 극대화되면서 모든 면에서 진지하기만 한 현대 사회가 점점 놀이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호이징하의 지적은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그가 말한 문명의 기원을 생각하면, 지금은 오히려 문명이 퇴보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수 있는 것 아닌가. 앞에서 인용한 플라톤의 말에 따라 '삶을 놀이로서' 살려고 하는 맘을 가져봐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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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게임과 신성한 재판은 같은 기원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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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몇 달에 걸쳐) 요한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학장을 지낸 요한 호이징하가 1938년에 지은 책이다. "놀이와 문화에 관한 한 연구"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놀이의 문화적 의미에 대한 방대한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1938년에 이런 컨셉을 잡아서 방대한 연구를 하였다니 내심 감탄했다.


이 책 내용 중에 '놀이와 법률'이라는 장이 있는데, 이 장의 내용을 보면 고대 문화에서는 재판과 놀이가 구분되지 않는 현상이 널리 있었다고 한다. 즉, 재판을 경기의 한 일종으로 보고 경쟁하는 놀이적 성격이 있는데, 심지어는 재판에서 옳고 그름이나 진실 자체를 가리기 보다는 단순히 어떻게 해서든 이기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고.



놀이 형식을 통한 재판의 예에는 이런 것도 있다. 언젠가 TV쇼에서 하던 게임 중에 많은 출연자에게 상처를 주던 '당연하지' 게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책에 보니 이것과 똑같은데 훨씬 수위가 심한 게임이 에스키모 인들 사이에 널리 행해졌다고 한다.


당연하지 게임을 보면서 때론 너무 심하기도 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런 게임이 신성한 재판 의식과 기원을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어찌 보면 현대의 재판도 있는 증거 없는 증거로 서로를 발가벗기고, 모욕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당사자들은 이 모든 것을 의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점은 상당히 유사한 듯 하다.


@ 때론 그런 모욕적인 과정 속에서 자살하는 사람도 생기기도 하는데,
   그 사람들이 이 과정을 좀 더 놀이처럼 받아들였다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지 않았을까?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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