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by 요한 호이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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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는 굉장한 진지함을 필요로 할만한 가치가 없지만 그래도 진지할 필요는 있다. 행복은 또 다른 문제이다. ...... 나는 인간은 진지한 것에 대해서는 진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까지 진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만이 최고의 진지함을 가지고 대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다. 그러나 인간은 신의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며, 바로 이 점이 인간의 가장 좋은 부분이다. 그래서 모든 남녀는 이에 따라 가장 고상하게 놀이하는 삶을 살며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 그렇다면 무엇이 삶의 올바른 방법인가? 삶은 놀이로서 살아야 한다. 어떤 게임을 하면서, 봉헌식을 행하면서, 춤추고 노래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면 인간은 신을 기쁘게 하고 적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으며 또 시합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 이렇게 해서 인간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점으로 미루어 인간들은 꼭두각시 - 그러나 진실을 조금은 간직한 꼭두각시 - 이기 때문이다.
-Platon, "Legas", VII, 803 CD



「호모 루덴스」는 호이징하가 65세 되던 1938년에 간행된 책이다. 한 학자로서 평생을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다양한 배경 지식이 끊임 없이 흘러나온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은 Homo Sapiens나 Homo Faber라기보다는 오히려 homo Ludens라고 하였다. 그리고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며, 문화의 기원을 살펴보면 문명이란 애초에 '놀이된 것'이라고 한다. 즉, 호이징하에 따르면 '문화는 놀이 그 자체'인 것이다.

이에 대해 호이징하는 "문명은 아기가 자궁에서 떨어져 나오듯 놀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문명은 놀이 속에서 놀이로서 생겨나며 놀이를 떠나는 법이 전혀 없다." 그리고, "놀이 정신이 없을 때 문명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정리하였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현대에 가까워 올수록 문화가 놀이의 성격을 잃고 있음을 개탄한다. 예를 들어 현대사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놀이 문화라 할 수 있는 스포츠를 보면, 고대 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은 온데간데 없고 프로페셔널 선수들에 의해 고도로 산업화, 전문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그것이 진정한 놀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 사회의 인간들이 원시시대의 인간들보다 오히려 여러 방면에서 (노동 시간, 1인당 주거공간,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의 면에서)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업도 돈도 없는 원시시대에는 해고 당할 걱정, 돈벌이 걱정 등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자연이 전부 내 삶의 터전이니 땅 값, 집 값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우리 나라에서는 집을 사기 위해서 십수년간 힘든 노동을 계속해야 되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듯한 얘기이다. (물론 자연이 주는 위협의 크기는 현대 사회와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사자와 같은 맹수들도 배를 채우고 나면 놀이(?)를 즐기며 사는데(!), 현대인의 여가 시간이 사자의 그것과 비교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더 좋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산업화, 분업화가 극대화되면서 모든 면에서 진지하기만 한 현대 사회가 점점 놀이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호이징하의 지적은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그가 말한 문명의 기원을 생각하면, 지금은 오히려 문명이 퇴보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수 있는 것 아닌가. 앞에서 인용한 플라톤의 말에 따라 '삶을 놀이로서' 살려고 하는 맘을 가져봐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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