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게임과 신성한 재판은 같은 기원에서 유래한다?

|
요즘 (몇 달에 걸쳐) 요한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학장을 지낸 요한 호이징하가 1938년에 지은 책이다. "놀이와 문화에 관한 한 연구"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놀이의 문화적 의미에 대한 방대한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1938년에 이런 컨셉을 잡아서 방대한 연구를 하였다니 내심 감탄했다.


이 책 내용 중에 '놀이와 법률'이라는 장이 있는데, 이 장의 내용을 보면 고대 문화에서는 재판과 놀이가 구분되지 않는 현상이 널리 있었다고 한다. 즉, 재판을 경기의 한 일종으로 보고 경쟁하는 놀이적 성격이 있는데, 심지어는 재판에서 옳고 그름이나 진실 자체를 가리기 보다는 단순히 어떻게 해서든 이기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고.



놀이 형식을 통한 재판의 예에는 이런 것도 있다. 언젠가 TV쇼에서 하던 게임 중에 많은 출연자에게 상처를 주던 '당연하지' 게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책에 보니 이것과 똑같은데 훨씬 수위가 심한 게임이 에스키모 인들 사이에 널리 행해졌다고 한다.


당연하지 게임을 보면서 때론 너무 심하기도 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런 게임이 신성한 재판 의식과 기원을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어찌 보면 현대의 재판도 있는 증거 없는 증거로 서로를 발가벗기고, 모욕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당사자들은 이 모든 것을 의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점은 상당히 유사한 듯 하다.


@ 때론 그런 모욕적인 과정 속에서 자살하는 사람도 생기기도 하는데,
   그 사람들이 이 과정을 좀 더 놀이처럼 받아들였다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지 않았을까?

And
prev | 1 | ··· | 27 | 28 | 29 | 30 | 31 | 32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