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10.12 공원: 공공 상호작용의 무대
  2. 2009.10.09 조금 아쉬운 Media Façade 2
  3. 2009.10.04 네이버 사전의 오류, 그런데 오류 리포트는 어떻게 하나?
  4. 2009.10.04 BumpTop, Windows 7의 멀티 터치 기능을 지원

공원: 공공 상호작용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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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하포드의 새 책  "경제학 콘서트 2"가 출간되었다. (글을 써두었던 작년 시점에서 새 책이라는.. ^^;)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회 현상을 경제 이론에 견주어 재미나게 풀어쓴 책이다. 그 중에서도 인터랙션 디자인 관점에서 흥미 있는 부분이 있어서 발췌하였다.


나는 토요일 오후 4시경에 공원에 들렀다. 화창한 9월의 오후였다. 50여 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있었다. 베레를 쓰고 검은색 보온복을 입고 학구적인 안경을 낀 자메이카 남성이 어린 딸 주변에서 축구공을 가볍게 차는 모습이 보였다. 또 아이들이 손가방을 끌어당기는 동안 유모차에 기대어 수다를 떨고 있는 폴란드 엄마들과 아기용 그네에 어린 딸을 태우고 가볍게 밀어주면서 즐거워하는 인도계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그림자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수는 점점 줄었지만, 사람들의 혼합은 바뀌지 않았다.

오후 6시 30분이 지나자 땅거미가 드리워지는 가운데 가족 단위로 아빠와 엄마와 아기들 20명 정도가 여전히 공원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나 공원은 이미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부모들은 "5분만 더 노는거다.", "미끄럼은 한 번만 더 타자."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을 다그치고 있었다. 순식간에 공원에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10대 청소년 패거리들이 공원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한 패거리는 그네를 타고 있었고, 다른 패거리는 시소를 따라 줄을 서 있었다. 그들은 아주 나쁜 아이들 같지는 않았고, 그저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게 좋아서 함께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공원 분위기는 일순간에 바뀌었다.

이와 비슷한 극단적인 변화는 날씨가 바뀔 때도 볼 수 있다. 나는 구름이 끼고 가벼운 재킷을 걸쳐야 할 만큼 선선하거나,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는 날씨에 딸을 데리고 공원을 찾으면 우리밖에 없을지 모른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일까? 공원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서 그 모습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날씨가 화창하면 공원에 가는 걸 좋아한다. 반면 불량스러운 10대 패거리가 아니라면 저녁에 공원에 가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 지적해보자. 따뜻한 저녁에 집 정원이나 노천 카페에 앉아 있으면 너무나 행복하다. 그런데 왜 공원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걸까? 날씨가 흐려지면 공원에서 노는 게 조금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눈보라나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것도 아닌데 기온이 몇 도 바뀌거나 시간이 몇 분 흘렀다고 해서 어떤 때는 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공원에서 놀고, 또 어떤 때는 단 한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그런 변화는 상호 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도심 속 공간은 교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공원은 더욱 그러하다. 흐린 날에는 딸을 데리고 공원을 찾아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날씨 탓이 아니라 공원의 분위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어서 구경할 것도 없다. 날씨가 좋아지고 사람들이 조금씩 나타나면 공원에는 활기가 넘친다. 사람들은 공원에 활기가 넘치기 때문에 그곳에 나와서 놀고, 공원은 사람들 때문에 활력이 넘친다.


이 책은 경제 현상에 관한 책이지만, 공원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대해 정말 세심하게 묘사해 주었다. 지은이는 사회 현상을 관찰하는 데 비상한 재주가 있음이 틀림없다.

본문에 묘사한 대로 공원의 모습은 시시때때로 계속 바뀐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분명 사람들 사이의 '암시적(implicit)'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다. 즉, 공원 내의 사람들은 서로 '명시적(explicit)'으로 대화를 하거나 부대끼지는 않지만, 분명 서로 간에 어떤 사회적 약속에 따라서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상호작용이 생긴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로 본문에 나온 것 같은 자연스러운 사용 행태의 변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암시적 상호작용은 어느 지점에서 평형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진다. 본문의 예를 들면, 오후 6시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족→십대로 공원 사용자의 물갈이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그것이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이러한 자연스러운 평형 상태를 깨게 된다면 공원에 온 사람들 사이에서 명시적 상호작용이 생기게 되면서 그동안의 공원과는 다른 양태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다소 불량스러워 보이는) 십대들이 오후 내내 떼를 지어 공원을 어슬렁거린다면 가족 단위 방문자들은 십대들에게 항의를 한다거나, 옆에 있는 경찰에게 순찰을 돌아달라고 요청한다던가 혹은 우르르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던가 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최근 공공 환경을 보다 상호작용적으로(interactive)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반응성 환경(Responsive Envirionment)을 조성하는 쪽으로 이루어지는 듯 하다. 공공 환경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이런 저런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보여주는 경우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지난 글 '2009/10/09 - 조금 아쉬운 Media Façade'에 썼던 미디어 파사드도 비슷한 예이다. (사실 미디어 파사드는 active하긴 하지만 inter-active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지만...)

또는 설치 예술 차원에서 미디어 아트를 적용하는 접근 방법도 있다.  다음 동영상은 W 호텔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The Wooden Mirror"이다. (Danel Rozin 작품)






하지만, 위에서 예로 든 상호작용적 환경들은 환경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제안하기는 하지만 정작 그 환경 내의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즉, n명의 사람이 있어도, 환경과 인간 사이의 1:n 상호작용만 있지, 인간 사이에서의 n:n 상호작용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원은 인터랙션 디자인을 해 보기에 무척 흥미 있는 환경이다. 팀 하포드가 묘사하였듯이 공원이라는 공공 환경은 아주 미묘한 평형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그 이유는 공원이 다수의 사람이 공원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공유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균형을 무너뜨리는 아주 작은 행동이 다른 수많은 사용자의 행동을 크게 변화시킬 수도 있다.

위에서 예로 쓴 용인되지 않는 시간에 불량 청소년이 출몰할 때 다른 시민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작은 변화의 예이다. 서울 광장에서 보수 단체와 진보 단체의 모임을 동시에 허용하여 대규모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시나리오처럼 강력한 상호작용이 생기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공공 환경에서 새로운 인터랙션 디자인을 시도해 보는 일은 아주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이 의례히 제공된다고 생각하는 자원(예를 들면 야간 시 조명), 관습적으로 서로 알아서 나눠쓰는 자원(예를 들면 공원 내에서 개인의 점유 공간)의 사용 방법을 조금 바꿔준다면 사람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공원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공원을 지금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공원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평범한 동네 공원이 놀이 공원보다 더 흥분되는 곳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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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쉬운 Media Faç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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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çade란 단어는 건물의 정면, 특히 그 외관을 뜻하는 단어이다. 이 단어 앞에 media라는 단어를 붙인 Media Façade는 말 그대로 건물의 외관을 media로 만든 것인데, 흔히 LED 등을 설치해서 건물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display로 만들어 다양한 시각적인 정보를 표시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Ben van Berkel이 설계한 갤러리아 백화점(압구정 WEST)이 그 효시이다. 나름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건축물이기 때문에 직접 사진을 찍어봤다. ^^;






처음 봤을 때는 참 신기했던 이런 건물들이 최근에는 정말 많아져서 여기저기서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대기업 소유의 빌딩이 아닌 일반 병원 빌딩에도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오히려 부문별한 미디어 파사드의 설치를 규제하기 위한 조례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관련 뉴스]


여기(http://www.mediaarchitecture.org/)는 그러한 건축물들의 사례를 모아 놓은 사이트이다. 정말 다양한 미디어 건축물들의 사례를 볼 수 있는데, 가보면 수많은 건물들이 보여주는 발랄한 아이디어와 아름다움에 반하게 될 것이다. ^^; 
같은 곳에 올려져 있는 Media Façade 카탈로그(PDF)도 볼 만하다.



미디어 파사드는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 모두의 눈길을 끌만큼 크고 화려한 public display이다. 그렇지만 사실 지금까지의 사례들은 대부분 미학적인 효과 혹은 그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 효과를 노리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정도의 표현력을 가지는 디스플레이라면 더욱 많은 것을 보여줄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또 주변 행인에게 강한 자극을 주는 공공 미디어라고 하면 더욱 공공성을 갖춘 무언가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꼭 '유용함'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단지 건물주가 표상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은 조금 아쉽다는 얘기다. 미디어 파사드는 분명 주변 행인들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예를 들면, 보고 있는 사람들을 좀더 더 인간적으로 엮어주는 social network의 매개가 되어줄 수도 있다.

뭐 보채지 않아도 앞으로 그런 예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어쨌든 더 깊은 사용자 경험을 주는 공공 미디어의 사례가 많이 나와서 우리 삶 속에 잘 녹아들어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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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전의 오류, 그런데 오류 리포트는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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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전을 찾다가 우연히 철자 오류를 보게 되었다.
Parody → Parady로 표기한 오류이다. ^^
(출처: http://terms.naver.com/item.nhn?dirId=113&docId=18564)

충분히 헷갈릴 수도 있는 오류이긴 하지만, 네이버쯤 되는 포탈에서, 그것도 정확성이 중시되는 사전에서 이런 오류를 발견하다니 기분이 매우 찜찜하다. 앞으로 네이버 사전을 믿어도 되는 거야? 하는...

게다가 Wikipedia였으면 쉽게 직접 고칠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네이버 사전에서는 직접 정정하거나 정정 신청을 할 수 있는 메뉴를 발견할 수도 없었다. 단지 네이버 사전의 UI가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약간 침소봉대하면 Collective Intelligence 컨셉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 같기도 하다.


 


And

BumpTop, Windows 7의 멀티 터치 기능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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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탑 분야는 물론이고, PC용 애플리케이션 전부를 통틀어서 감히 '직접조작(Direct Manipulation)'의 최고봉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BumpTop'이 Windows 7의 멀티 터치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데모 동영상부터 감상하자~!
(출처: http://bumptop.com/blog/bumptop-gets-multi-touch-support-on-windows-7/)

 


BumpTop에서 지원하는 멀티 터치 제스처 종류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맘에 드는 것은 shove와 scrunch.

사실 BumpTop의 데모를 지켜보면, 과연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만 조작하는 것이 벤 슈나이더만이 추구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간결하게 짜여진 메뉴 시스템, 특히 콘텍스트 메뉴는 대부분의 경우에 상당히 유용하고 효율적이라 생각된다. 특히 PC같은 정보기기에서는. 더 나아가면 단축키와 같이 더욱 효율적인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파일을 복사할 때 항상(!) 드래그&드랍을 해야 하고, 카피&페이스트는 전혀 쓸 수 없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실제로 Mac OS에서는 컷&페이스트를 지원하지 않아서 나로서는 상당히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이전 글] 참조)

게다가 정말 복잡한 작업에서는 직접 조작으로 거의 해결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워드를 쓰는데 폰트를 늘리거나 색깔을 바꿀 때마다 일일이 텍스트를 잡아 늘리거나 팔레트 통을 글자에 부어야 한다면??? 사실 이런 경우에는 워드 2007의 '미니 툴바' 같은 솔루션이 굉장히 훌륭한 해결책이라 생각된다. 어쨌든 직접 조작이 능사는 아니다. ^^;



하지만.......!

BumpTop의 멋진 시도는 정말 감동적이고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TED에서의 멋진 프리젠테이션은 차치하고, 이 동영상만 봐도 WoW 이펙트가 충분히 느껴지지 않는가? (나만 그런가? ^^)


@ 여지껏 몰랐지만... 멀티 터치 지원 소식은 지난 주에 나왔으나, 프로토타입은 1년 전부터 개발 중이었다는 거.
    (http://vimeo.com/1144121)

@@ BumpTop에 관한 must-see 패러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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